제3회 프리즈 서울이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9월 4일 개막한다. 한국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2.5%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7%에 비해 회복세를 보이는 수치이다. 이 가운데 보수 성향의 윤석열 대통령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100만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그의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서진수 강남대 명예교수는 “올해 한국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관측하며 “2022년 프리즈 서울 출범 후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해외 구매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시장의 지속 확대를 예측하며 많은 갤러리가 새롭게 개관했으나, 팬데믹의 여파에 이어 글로벌 경제의 하락세로 인해 컬렉터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아트페어 참여율은 상승한 반면 판매 성과는 저조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에 성행한 단기 미술투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옥션에서는 고가의 작품 거래 또한 줄었다. 서 교수는 미술계가 “긍정적인 소식을 바라며” 9월의 아트 시즌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화이트 큐브에서 한국 사업개발을 맡고 있는 고유미 이사는 “한국 미술시장은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며 9월은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화이트 큐브는 작년 9월에 서울지점을 개관했다. 고 이사는 “이전에는 한국에 장기적인 거점을 두지 않은 해외 갤러리들이 팝업 전시를 많이 열었으나, 지금은 그 현상도 한풀 꺾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KIAF 사무국의 정현경 이사는 “한국 미술시장은 급성장 단계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경제적 요인으로 다소 침체를 겪었지만, 현대미술의 접근성과 문화적 영향력이 미술산업의 발전을 계속 이끌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한국이 새로운 해외 갤러리들의 유입을 “여전히 강한” 열정으로 반기고 있다고 전하며, KIAF에 참여한 333갤러리(태국 방콕)와 레이지마이크(라트비아 리가)가 페이스갤러리, 화이트 큐브, 페로탕, 타데우스 로팍, 리만머핀 등 기존 블루칩 갤러리와 행보를 함께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울러 “해외의 갤러리와 아트페어가 들어오며 시장 경쟁은 고조됐으나 한편으로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의 성장과 여건 개선을 이끌어냈다”며, 이들이 “한국 미술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낙관론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김인혜 큐레이터는 해외 갤러리들의 한국 진입을 “놀라운 현상”이라고 평하면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 관람객의 해외 미술에 관한 관심은 특히 커졌지만 얼마나 오래갈지는 의문이다. 한국인들은 적응력이 강하고 새로운 것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를 쉽게 ‘유행’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해외에서 온 갤러리들이 “한국 미술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보며, 한국 작가들과 갤러리들은 “해외 시장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필연적으로 심화되는 경쟁은 “양날의 검”이라는 진단이다.
서진수 교수는 “해외 갤러리들이 서비스 수준과 홍보력을 과시하면서 한국 갤러리에 대외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지금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으나 추후 전속작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갤러리들은 사무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큼 빠르게 한국작가를 영입하며 한국미술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전속작가 관리는 한국 갤러리와 분담하며, 해외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작가를 알린다. 전시 일정이 서울 아트위크 기간과 겹치기도 한다. 페로탕 뉴욕은 현재 이배 전시(9.6~10.19)를 개최 중이며 리만머핀은 다음 달에 뉴욕에서 성능경 개인전(10.17~11.9)을 열 계획이다.
고유미 이사는 “화이트 큐브가 한국작가를 찾고 있는지 자주 질문을 받는데, 대답은 ‘예’와 ‘아니오’ 모두”라고 밝히며, 새로운 작가 영입 시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이트 큐브 홍콩에서는 현재 이진우 전시(~9.7)가 열리고 있다. 아울러 런던과 홍콩에서 故 박서보의 작품을 전시했으며, 뉴욕에서도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11.8~2025.1.11).
행동에 나서다
KIAF의 정현경 이사는 “협력적인 미술 생태계를 육성하고현대미술의 종합적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한국 기관들과 문체부가 연중 조율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정 이사에 따르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의 수는 현저히 증가해 전국적으로 100여 개가 개최되었다. 이 중에는 KIAF 운영기관인 한국화랑협회가 지난 6월 처음 개최한 ‘2024 화랑미술제 in 수원’도 포함됐다. 협회는 1979년부터 서울에서 화랑미술제를 개최해 온 바 있다. MZ세대 컬렉터로 알려진 노재명 대표는 4월에 ‘아트오앤오’를 신설했으며, 이외에도 새로운 아트페어들이 계획되고 있다.
올여름 한국 정부는 막대한 예술자금 지원과 함께 1946년 이후 제작된 한국 미술품의 수출 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지난해 통과된 미술진흥법을 시행했다. 주요 조문은 미술품 거래 등록 표준화, 공공미술품 데이터베이스 구축, 연례 시장실태조사 실시, 5년 계획 수립 등이다. 재판매보상청구권(추급권)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도입 시행될 예정이다.
홍민재 문체부 사무관은 진흥법이 설치미술과 행위예술까지 미술의 영역으로 다루고 있으며, 추급권의 유예기간은 “제도의 안정적 구축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그동안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를 다듬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2007년부터 추급권을 논의해 왔으며, 올해 1월 기준 106개국에서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진갤러리 디스위켄드룸의 김나형 디렉터는 법의 시행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잘 만들어진 법안은 미술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이 법이 단순히 이상적인 정책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경 이사는 갤러리들이 “복합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전한다. 이들은 새 법이 과거 자유시장을 위축시킨 미술품유통법을 단순히 재브랜딩한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갤러리들이 추급권을 “전반적으로 지지”하면서도 그 시행에는 주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투명한 거래 관행과 작은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소수의 유명작가만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거래내역 공개 의무 또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작가 권리 보호의 중요성에는 동의하나, 새로운 규제가 시장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